캠핑과 휴식 - soo:b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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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다녀왔다.
지난 6월 말! 캠핑을 다녀왔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덥고, 습하고 길었던 것 같다.
긴 여름을 돌이켜보면서, 인상깊었던 경험을 기억해두고, 간직하고 싶어서 글을 작성해본다.
벌써,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환경과 나, 둘 중 하나는 변했다.
이번 캠핑은 2박 3일이라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다녀왔다.
사실, ‘이번 캠핑’ 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지난 기간 동안 캠핑을 다녀온 기억을 더듬어보면, 내가 아주 아주 어렸을 적 아버지와 다녀온 캠핑이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다녀온 캠핑의 기억과 놀랍도록 유사하게도, 이번 캠핑 경험 동안의 날씨는 흐렸다.
캠핑을 간 기간 동안 계속해서 날씨가 흐리고, 초여름의 습한 기운과 함께 비가 내리기도 했다.
신기한 것은, 어렸을 적의 내가 경험했던 캠핑 또한 장마 기간이 겹쳤던 탓에,
두 캠핑을 경험하는 ‘나’는 놀랍도록 비슷한 환경 속에서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나의 많은 것들이… 나도 모르게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휴식?
휴식 (休息)
(명사) 하던일을 멈추고 잠깐 쉼.
-표준국어대사전
흐린 날씨 덕분에 2박 3일 동안 ‘먹고 자고, 이야기하는 것’ 이외에는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래프팅, 낚시, 산책 등은 커녕, 텐트에서 화장실로 가는 때 조차 비를 조심해야 했다.
애초에 내가 캠핑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캠핑을 가면 무엇을 해야하는지 잘 모르기도 했지만,
매일 같이 도시의 훌륭한 인프라 안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컴퓨터 앞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상’ 에 익숙해졌었기 때문이었는지…
정말, 2박 3일 동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막막한 경험이 참 신기했다.
첫 째 날에는 신기한 자연 풍경을 보면서, 내가 정말 도시에서 많이 떨어져있구나 라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
심지어 이 생각조차 약간 낯설어서, 스마트폰으로 GPS 를 확인해보며 “진짜 내가 멀리 왔네…” 를 확인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고기를 맛있게 구워먹으면서, 오랜만에 ‘불씨’ 를 직접 보고 오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추후에 따로 이야기를 작성하고 싶은 주제인데, 나는 ‘모닥불’, 그리고 ‘별’ 을 굉장히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직접 모닥불의 나른한 온기를 느끼거나, 까만 하늘 속 밝게 빛나는 별을 보면서 살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고기도 배불리 먹고 나서는…
정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
그냥, 같이 캠핑을 가주신, 나를 초대해주신 분들이 여러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을 경청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됐다.
‘클라우드 서버’, ‘OSI 7계층’, ‘AI’, ‘자율 주행’, ‘드론, ‘로켓’, ‘전쟁’ 등등 정말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한 주제에서 관련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관련이 깊은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맥락’ 이 흥미로우면서도,
각 주제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시는 모습, 그리고 이야기 사이 사이에서 각자 모두가 구성원을 생각해주시는 태도 등에서 많을 것을 느꼈다.
베테랑 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분은, 언제나처럼 특유의 젠틀하시면서도 핵심적인 부분을 빠르게 파악하시는 모습으로 대화를 이어나가셨고,
독특한 천재 형 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분은 역시 다양하고 신기한 의견들을 제시하셨다. 또한, 역시나 언제나처럼 독특한 천재 ‘형’ 은 중간 중간 나를 세심하게 챙겨주셨고,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
은둔 도사 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분은, 정말 어떻게 하면 저렇게까지 깊이있는 내용에 대해서 ‘체화’ 를 하신 것인지 감탄이 나올 정도로, 내가 한 번, 두 번을 넘어서 생각을 해야 파악할 수 있는 개념과 내용에 대해서 본인만의 의견을 자신있게 제시하시는 모습이 신기했다.
잘먹는 형 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분은, 정말 고기를 맛있게 드시고 …
농담이다.
친근한 형 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분은, 사실, 예전부터 내가 아주 관심있어하는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의 현직자 분이시고, 그 분의 수행 프로젝트 내용과 여러가지 신기한 내용들을 이런 저런 통로로 접해왔었다.
이를 통해 내가 일방적으로 내적 친밀감을 가지고 있던 분이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만나뵙게 된 것이 신기했다. 본인 분야에 강한 전문성을 가지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겸손한 태도로 대화를 나누시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네 분의 대화를 경청하다보니, 정말 많은 생각이 들게 되었고, 스스로 느낀 점들이 너무 많았다.
뭔가… “지금의 내가 이대로 성장한다고해서, 저분들 각각의 역량들 중 하나라도 내가 따라갈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라는 고민에서부터,
나름대로 열심히 자기계발을 해왔다고 생각했던 오만함, 또는 안일함으로부터, 스스로 부족했던 부분들을 정말 많이 알 수 있게 되었고 반성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고쳐나갈 방향성을 어렴풋이나마 알게되어서 참 좋았다.
나도 손 윗사람/아랫사람에 얽메이지 않고, 젠틀하고 멋있는 태도로 다양한 사람들을 공감해주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을 잘 파악하고 구성원들을 이끌며,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뛰어난 생각을 하면서도 세심한 배려로 타인을 챙겨주고, 아주 아주 깊은 내용까지 끈질기게 파고들며 지식을 체화시켜 ‘정말 이해하고 있는 것’ 이 무엇인지 남이 느껴지도록 해주며, 스스로가 이미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임에도 겸손함을 잃지 않으며 친근하게 타인을 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휴식 (休息)
(명사) 하던일을 멈추고 잠깐 쉼.
-표준국어대사전
‘휴식’, 이번 캠핑을 통해서 가장 크게 고민해보게 된 단어이다.
나 나름대로 ‘휴식’ 을 취했다고 생각했던 지난 몇 년 동안의 주말, 공휴일, 기타 기간 등에 대해서,
위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에 비추어 생각해보았을 때,
‘잠깐 쉰’ 것일 뿐이지, ‘하던일을 멈추고’, ‘휴식’을 취한 것은 아니었구나… 라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닫았다.
둘째날, 셋째날 날이 지나갈 수록 계속 ‘먹고, 자고’ 에 익숙해지면서,
알 수 없는 오묘하고 기이한 편안함이 마음 속에 들었다.
그냥…
계속 이렇게 맛있는 거 먹고, 푹 자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이렇게만 계속 살아도 되지 않을까?
이런 생활도 언젠간 고달프다고 느껴질까?
등의 고민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점점 그런 고민조차도 다 사라지고,
그냥 정말 정말… 아주 편안했다.
잠도 오랜만에 아주 아주 푹~ 잤다.
‘하던일을 잠시 멈추고 쉰다’ 라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와닿게 느껴진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제 ‘휴식’ 을 취하는 방법도 잘 알게 되었으니,
더욱 더 열심히 살아가도 될 것 같다.
진지하게, 내년에도 비가 많이오고 날씨가 아주 흐린날이면, 일상에서 떠나 휴식을 향해 캠핑이 가고싶어질 것 같다.
- 벌레 기피제를 뿌릴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아주 좋아요.
- 글램핑 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어요.
- 화장실도 깔끔해요.
- 샤워실에서 잘 씻을 수 있고, 개수대도 있어서 편리했어요.
- 주방에 정수기도 있고, 간단한 조리를 할 수 있는 하이라이터와 전자 레인지도 있었어요.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