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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tsby believed in the green light, the orgastic future that year by year recedes before us.
It eluded us then, but that’s no matter—tomorrow we will run faster, stretch out our arms farther.
…And then one fine morning - 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개츠비는 녹색 불빛, 즉 해마다 우리 앞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희열에 찬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를 비껴갔지만, 상관없다 -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리고,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멋진 아침 -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흐름을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되돌아가면서”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독후감’ 이라는 것을 작성하게 된다면,

이 책, 위대한 개츠비 의 독후감부터 작성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독후감을 작성하고 싶은, 혹은 작성해야 될 다른 책들이 있지만,

위대한 개츠비 라는 책의 독후감을 먼저 작성하지 않고서는 다른 책의 독후감을 작성할 수 없었다.

그 만큼, 내 인생에서 여러모로 소중하고, 의미있는 영향을 많이 받은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과의 첫 만남을 주선해준 사람은 계획을 잘 세우지 않던 과거의 이다.


내가 다니고 있던 학교에는 영어와 관련된 학과가 다양했다.

그 중, 첫 번째 전공은 ‘경영학’ 이지만, ‘영어학’ 을 이중 전공으로 선택한 나는,

수강 신청 중 ‘영어대 교류’ 제도를 통해 영어학의 학점으로도 인정 받을 수 있는, ‘영문학과’ 의 ‘현대미국소설’ 이라는 과목에 눈길이 갔다.


“오, 한번 들어볼까?”



음운론, 의미론 등 언어학에도 흥미로운 과목들이 다양했지만,

“과연, 영문학은 영어학과 정확히 어떤 점들이 다를까?”에 대해서,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 순수한 호기심에 이끌려 ‘현대미국소설’ 에 수강 신청을 했다.





“… 출석부에 BA 라고 쓰여져 있는데, 무슨 전공이에요?”




내가 따뜻한 ‘핫초코’ 를 들고 창문에 그려진 성애를 보고 있을 때,

첫 출석의 호명과 함께 나에게 질문해주신 교수님의 목소리가 생생히 떠오른다.



“‘Business Administraion’, 경영학이에요.”



흔치 않은 타전공생이 반가우셔서 였을까?

아니면 앞으로의 수업 과정에서 내가 넘어야할 장애물들이 많다는 것을 전혀 모른 채,

태연히 ‘핫초코’ 에 손을 녹이는 데에만 집중하며 답하는 내 모습에 신기함을 느끼셔서 였을까?



교수님은 정말 굉장히 환하게 웃어주셨었다.



그리고 만나게 된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나는 단순히, 위대한 개츠비 라는 소설을 “한 남자가 과거게 얽메인 채 옛 연인을 사랑하다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사랑 이야기’ 를 다루는 소설” 로 오해했다.


하지만, 위대한 개츠비 는 내 기존의 상상을 훨씬 뛰어 넘는 무엇인가 였다.

정말 다양한 문학적 장치들을 천재적으로 활용하여,

장치를 연결하고 조립하다보면,

“정말 이게 사람이 쓸 수 있는 글인가?” 라는 생각까지 들게 할 정도로 놀라움과 감탄의 연속을 느끼게 해주는 무엇인가 였다.


“친구여, 드디어 내가 스스로 소설답다고 말할 수 있는 소설을 작성한 것 같다네.”


작가, F. Scott Fitzgerald위대한 개츠비 의 원고 집필을 마치고, 그의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등장하는 문구라고 교수님께서 소개해주신 것이 생각난다.




다시 한번, 이 포스트의 맨 위 글을 살펴보자.

Gatsby believed in the green light, the orgastic future that year by year recedes before us.
It eluded us then, but that’s no matter—tomorrow we will run faster, stretch out our arms farther.
…And then one fine morning - 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피상적으로 문단의 의미를 바라보면,

개츠비는 연인 데이지와 다시 이어질 수 있음을 믿었고, 그 것은 비록 실패하였지만,

사랑에 대한 열망과 그 가능성을 놓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문장으로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단은 위대한 개츠비 라는 소설에서, 이 소설이 단순히 ‘사랑 이야기’ 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작가가 보다 직접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해주는 문단 중 하나이다.

여기서, 녹색 불빛 은 개츠비의 꿈과 희망, 그리고 옛 연인 데이지와의 재회를 상징한다.

이 ‘녹색 불빛’은 작품의 초반 부분부터 “개츠비가 그의 저택에서 바라보는 데이지의 집 부두 끝에 보여지는 녹색 불빛” 에 대한 묘사와 함께 작품 전반에 걸쳐 자주 등장하는데,

‘녹색’ 은 전통적으로 희망성장을 의미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개츠비의 미완성된 욕망끝없는 갈망을 상징한다.


소설 속에서, 개츠비의 사랑과 꿈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으로 보이며, 개츠비는 늘 그것을 향해 손을 뻗지만, 결코 그것을 완전히 잡을 수는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또한 “boats against the current” 에서, current 는 ‘조류’ 를 의미하여,

개츠비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장애물을 극복하려는 모습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영어에서 current 는 ‘현재’ 라는 뜻 또한 가지고 있다.

이 문장의 끝에 작가가 ‘굳이’ 사용한 past 라는 단어와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boats against the current” 는 개츠비가 현재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과거의 이상과 꿈을 쫓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암시하기도 한다.

실제로, 소설에서 개츠비는 현재의 현실을 외면하고

(심지어 그의 출생과 뿌리, 이름, 아버지, 집안 배경 등 까지 모두 변경한다…

소설의 마지막 즈음 밝혀지지만 Gatsby 의 본명은 James Gatz 이다.

사람들에게 죽었다고 소개한 아버지는, 개츠비가 죽었을 때 개츠비를 외면하지 않고 찾아온 몇 안되는 조문객들 중 하나이다.)

데이지라는 이상을 쫓으며 살아가지만, 그 꿈은 결코 현실이 되지 않는,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이다.



이 때, 위대한 개츠비 가 작성된 1920 년대의 미국 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 시기는 일명 ‘재즈 시대’ 라고도 불리며,

미국의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변화가 공존하는 시기이다.

재즈 시대의 화려함과 금주법의 영향으로 인해 불법적인 활동이 증가했고,

이는 사회적 불평등과 도덕적 타락을 초래했다.



순수한 열망과 도전, 노력으로 쟁취할 수 있을 것 처럼 보였던 ‘아메리칸 드림’ 은 점점 허상과 같이 여겨지거나 멀어져 갔다.

‘아메리칸 드림’ 은 ‘누구나’ 자신의 노력과 능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미국의 이상을 상징한다.

이에 대해서 작가 F. Scott Fitzgerald 는 그 꿈이 얼마나 취약하고 위험한 것인지를,

개츠비의 순수해보이는 사랑 이야기를 빌려 풀어내는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 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과 그로 인한 비극을 정말 깊이 있게 풀어낸 작품이며,

상징, 은유, 반복, 시각적 이미지, 복선, 리듬 등등의 문학적 기법을 통해 ‘다층적인 의미’ 를 하나의 소설로 전달한다.

즉, 하나의 글 속에서 두 가지 이야기가 존재하는 것이다.

개츠비와 데이지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의 추구와 그 허상과 타락에 대한 이야기.


“이 소설은 정말 놀랍게도 한 문장, 한 문장, 모든 문장들 중 ‘의미 없이 작성된 문장’ 이 없어요.”
위대한 개츠비 에서 F. Scott Fitzgerald 의 작품에 대해 감탄하며 교수님께서 하셨던 말씀이다.


정말, 의식해서 이 책을 읽다보면, 몇 번을 반복해서 읽더라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복선,

미처 깨닫기 못했던 상징과 은유,

각 인물이 말하는 대사 속 함축된 상징적 의미,

각 인물의 행동에 대한 의미

등등… 에 대해서 새롭게 깨닫고 놀라게 되고는 한다.




이 소설 그 자체에 대한 내용은 자세하게 이야기 하자면 정말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이 끝이 없다!!!

(학부에서 한 학기동안 다루어도 그 풍성함을 다 다루지 못하여 아쉬운 소설이었다.)

자동차의 색상 조차도, 데이지가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 조차도,

개츠비가 작중 초반부에 했던 말과, 그가 사망한 장소, 그리고 그의 장례식에 등장하는 인물들, 그리고 밝혀지는 과거…조차도,

모두 각각 함축과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정말 다시 읽어봐도 놀라운 소설이다.



위대한 개츠비 는 번역본 보다는 원서로, 그리고 미국 문화에 대하여 어느 정도 배경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읽기를 추천한다.

그러면, 소설 속 숨은 뜻과 문장들이 담고 있는 상징, 그리고 복선 등을 보다 잘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대한 개츠비 의 마지막 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문단이 등장한다.

And as the moon rose higher the inessential houses began to melt away until gradually I became aware of the old island here that flowered once for Dutch sailors’ eyes—a fresh, green breast of the new world. Its vanished trees, the trees that had made way for Gatsby’s house, had once pandered in whispers to the last and greatest of all human dreams; for a transitory enchanted moment man must have held his breath in the presence of this continent, compelled into an aesthetic contemplation he neither understood nor desired, face to face for the last time in history with something commensurate to his capacity for wonder.

“달이 더 높이 떠오르자 불필요한 집들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고,

점차 나는 이곳이 한때 네덜란드 선원들의 눈에 피어났던 옛 섬임을 깨닫게 되었다—신세계의 신선한, 녹색 빛의 가슴.

개츠비의 집을 위해 베어진 나무들, 한때 인간 최후의 가장 큰 꿈을 속삭였던 나무들.

찰나의 황홀한 순간에, 인간은 이 대륙의 존재에 숨을 참아야 했었고,

이해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던 미적 사색에 사로잡혀, 역사의 마지막 순간에 인간의 경이로움에 걸맞은 무엇인가와 대면했을 것이다.”


이 문단은 작가 F. Scott Fitzgerald 가, 좀 더 노골적으로 위대한 개츠비 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성한 문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1600년대 초반, 네덜란드 탐험가들은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고 신대륙을 탐험했다.

특히, Henry Hudson 은 1609년에 현재의 New York 을 탐험하며 허드슨 강을 따라 항해했다고 한다.

또한, New York 은 영국에 의해 영국 York 지방의 이름을 딴 New York 으로 이름이 바뀌기전,

네덜란드의 수도인 Amsterdam 의 앞에 New 를 붙인, New Amsterdam 이라는 네덜란드의 식민 도시였다.



이 문단에서 네덜란드 선원들이 처음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의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은 신세계의 순수함과 ‘가능성’ 을 상징하며, 이는 개츠비가 꿈꾸는 이상향과도 일치한다.

개츠비의 꿈은 순수하고 희망에 찬 미래를 향한 것이기 때문에.

또한, 개츠비의 저택이 지어진 자리에는 한 때 나무가 가득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는 표현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변화,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 자연과 순수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바로 직전의 문장에 이어 여러 함의를 품고 있다.





나에게 준 영향

이 책을 읽고 난 후로, 비단 소설 뿐만 아니라 다른 영화, 드라마, 그리고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에서, 나는 ‘해석에 대한 여러가지 가능성’ 을 염두해둘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만든 콘텐츠 속에서,

‘작가가 숨겨놓은 장치들을 스스로 풀어내고 알아차리는 것의 재미’ 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예시로,
Joaquin Phoenix 주연의 Joker(2019)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인 ‘계단을 내려오면서 춤추는 장면’ 을 살펴보자.


경쾌한 노래와 함께, 계단을 내려오면서 아주 신나게 춤을 추는 조커, 영화의 큰 하이라이트 부분이자 명장면 중 하나이다.








반면, 해당 영화에서 조커가 계단을 올라갈 때는 어떻게 묘사되었는지 살펴보자.


힘들고 축 쳐져 우울한 상태로 집에 돌아갈 때 조커는 계단을 올라간다.




상승하강 이라는 상징은,

다양한 문학,드라마,영화,게임,애니메이션 등의 무수히 많은 콘텐츠에서 등장한다.



영화 ‘기생충’ 에서는,

가족들이 신분상승을 꿈꾸며 부잣집을 방문할 때는 언덕을 올라간다.



반면, 밤새 ‘바퀴벌레’ 처럼 숨어있다가,

내리는 폭우속에 집이 잠길 걱정을 하며 집으로 돌아갈 때는, 계단을 끊임없이 내려간다.



왜 ‘조커’ 는 ‘계단’ 을 올라갈 때 우울하고, 힘들고

반대로, 가장 신나고 유쾌한 모습으로, 춤까지 추어가며 계단을 내려올까?

‘기생충’ 의 가족들은 수모를 당하고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한 없이 ‘계단’을 내려가고,

꿈과 희망을 찾아 부자집에 방문할 때 언덕을 올라갈까?




작품을 만든 사람(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좀 더 풍성하게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가지 가능성을 고려하며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정말 삶에 질을 크게 높여주는 아주 좋은 재미거리 인 것 같다.



마치, 게임 속 ‘이스터 에그’ 처럼.






내가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 Better Call Saul 에서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를 소개하며 마무리 하고자 한다.


자신이 가난하지만 정직한 변호사일 때,

미래를 응원 해주던 애인으로부터 선물 받아 항상 애지 중지 하는 텀블러가

약간의 꼼수를 통해 입사한,
우수 로펌으로부터 지원받은 멋진 차량의 컵홀더에 맞지 않는다.

홧김에 차의 컵홀더를 부숴버리기도 하지만…









마무리

내가 위대한 개츠비 를 굉장히 좋아하는 이유는,

이 소설의 짜임새와 문학적인 장치들, 그리고 다층적인 이야기에 대한 천재성이 나에게 큰 영감과 마음의 풍요로움을 준 부분도 있지만,



그 무엇보다도, James Gatz



가족, 집안, 어찌보면 본인 스스로까지 버려가면서



지나간 과거를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과거를 바꾸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다 하는 것.



그리고, 미래에는 꿈과 이상을 가질 수, 되찾을 수 있다고 강력하게 믿으며



‘희망’, ‘미래’, ‘신념’ 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보여지는 ‘간절함’ 으로부터…









아이러니하게도 ‘순수함’ 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꿈이 이뤄지지 못할 꿈이라 하더라도,



소설 속에서는 이뤄지지 못한 꿈이라고 하더라도,



유일하게 장례식에 참여한 친구 닉과 작가는,

개츠비의 간절한 순수함을 통해 나에게 어떤 울림을 준 것 같다.


“Can’t repeat the past?” he cried incredulously.
“Why of course you can!”
He looked around him wildly, as if the past were lurking here in the shadow of his house, just out of reach of his hand.
“I’m going to fix everything just the way it was before,”
he said, nodding determinedly.
“She’ll see.”


“과거를 반복할 수 없다고?”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울부짖었다.

“당연히 할 수 있지!”

그는 마치 과거가 자기 집 그림자 속에 숨어 있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처럼, 주위를 미친 듯이 둘러보았다.

“난 모든걸 예전처럼 고칠 거야.”

그는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녀도 알게 될 거야.”









개인적으로, 위대한 개츠비 영화는 다소 실망스럽지만,

OST 중 ‘Young and beautiful’ 은 굉장히 애정하고 좋아한다.

개츠비의 ‘과거를 돌이키려는 간절함’ 에 대해 상상해보면서 듣다보면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Will you still love me
when I’m no longer young and beautiful
Will you still love me
when I got nothing but my aching soul
I know you will, I know you will
I know that you will

당신은 여전히 나를 사랑해줄까요

내가 더 이상 젊고 아름답지 않을 때에도

당신은 여전히 나를 사랑해줄까요

내게 아픈 영혼만 남았을 때에도

나는 알아요, 당신이 그럴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