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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 없이 통신하다

네트워크 통신의 원리 (1)에서 전자기파의 기본 특성을 살펴보았습니다.

맥스웰이 예측하고 헤르츠가 증명한 전자기파는 매질 없이 공간을 통해 전파되며, 이것이 무선 통신의 물리적 기반입니다.


1901년 12월 12일, 굴리엘모 마르코니(Guglielmo Marconi)는 역사적인 실험에 성공합니다.

영국 콘월에서 송신한 모스 부호 “S”(점 세 개)가 대서양을 건너 약 3,500km 떨어진 캐나다 뉴펀들랜드에서 수신되었습니다.

당시 과학자들은 전파가 직진하기 때문에 지구의 곡률로 인해 장거리 통신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르코니의 실험이 성공한 이유는 나중에 밝혀집니다.

지구 상공 약 60~300km에 존재하는 전리층(Ionosphere)이 전파를 반사시킨 것입니다.

태양 복사에 의해 이온화된 대기 층이 거울처럼 작용하여, 전파가 지구 표면과 전리층 사이를 반복적으로 반사하며 전파되었습니다.


이것이 무선 통신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무선 통신에는 유선 통신과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들이 존재합니다.


유선 vs 무선: 근본적인 차이

유선 통신에서 신호는 케이블 내부를 따라 전파됩니다.

구리선이든 광섬유든 신호는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며, 외부 간섭으로부터 물리적으로 격리되어 있습니다.


반면 무선 통신은 다릅니다.

안테나에서 방출된 전자기파는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가며, 공기 중을 지나면서 건물, 지형, 사람, 차량 등 모든 것과 상호작용합니다.

여러 송신자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주파수를 사용하면 신호가 섞이게 됩니다.


이 차이는 세 가지 핵심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1. 경로 손실(Path Loss): 거리에 따라 신호가 급격히 약해진다
  2. 다중 경로 페이딩(Multipath Fading): 반사파들이 간섭한다
  3.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 송수신기가 움직이면 주파수가 변한다

각각을 물리적 원리로 살펴봅시다.


경로 손실: 거리의 제곱 법칙

안테나에서 방출된 전자기파는 구(球) 형태로 퍼져나갑니다.

송신 전력이 P라면, 거리 d에서 이 에너지는 표면적 4πd²에 걸쳐 분포합니다.


따라서 단위 면적당 전력 밀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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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밀도 = P / (4πd²)

거리가 2배가 되면 전력 밀도는 1/4로, 10배가 되면 1/100로 줄어듭니다.


이것이 자유 공간 경로 손실(Free Space Path Loss, FSPL)의 물리적 원인입니다.

데시벨(dB) 단위로 표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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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PL(dB) = 20 × log₁₀(d) + 20 × log₁₀(f) + 20 × log₁₀(4π/c)

여기서 f는 주파수, c는 빛의 속도입니다.


이 공식에서 중요한 사실이 드러납니다.

주파수가 높을수록 경로 손실이 커집니다.

주파수가 2배가 되면 경로 손실이 6dB(약 4배) 증가합니다.


왜 그럴까요?

높은 주파수는 짧은 파장을 의미하는데, 수신 안테나의 유효 면적(effective aperture)은 파장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따라서 파장이 짧아지면 안테나가 “잡아낼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들게 됩니다.


이것이 5G에서 사용하는 밀리미터파(mmWave)가 짧은 거리만 도달하는 이유입니다.

28GHz 대역은 2.4GHz Wi-Fi보다 약 21dB(약 130배) 더 많은 경로 손실을 겪습니다.


다중 경로 페이딩: 반사파의 간섭

실제 무선 환경에서 신호는 직선으로만 오지 않고, 건물, 바닥, 차량 등에 반사되어 여러 경로를 통해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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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기                           수신기
  ●━━━━━━━━━━━━━━━━━━━━━━━━━━━━━━●  직접 경로
   ╲                           ╱
    ╲                         ╱
     ╲━━━━━━━━━━━━━━━━━━━━━━━╱     반사 경로 1
      ╲                     ╱
       ╲━━━━▨━━━━━━━━━━━━━━╱       반사 경로 2
              (건물)


각 경로를 통해 도착한 신호는 서로 다른 거리를 이동했습니다.

경로 차이는 위상 차이를 만듭니다.


파장이 λ일 때, 두 경로의 거리 차이가 Δd라면 위상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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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φ = 2π × (Δd / λ)


위상 차이가 0도(또는 360도의 배수)이면 두 파동은 보강 간섭을 일으켜 신호가 강해집니다.

반면 위상 차이가 180도이면 상쇄 간섭이 발생하여 신호가 약해지거나 사라집니다.


문제는 수신기 위치가 조금만 바뀌어도 경로 차이가 변한다는 것입니다.

파장이 10cm(3GHz)인 경우, 수신기가 5cm만 움직여도 위상이 180도 변하여, 보강 간섭 지점에서 상쇄 간섭 지점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것이 소규모 페이딩(Small-scale Fading)입니다.

신호 세기가 수 센티미터 단위로 급격히 변동하며, 휴대폰을 조금만 움직여도 신호가 확 바뀌는 현상이 바로 이것입니다.


다중 경로 페이딩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킵니다.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도착한 신호들은 시간 차이도 있어서, 직접 경로로 온 신호와 반사 경로로 온 신호가 시간차를 두고 도착합니다.


이 시간 차이를 지연 확산(Delay Spread)이라고 하며, 도시 환경에서는 수 마이크로초에 달할 수 있습니다.


빠른 데이터 전송에서는 이것이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한 심볼이 끝나기 전에 이전 심볼의 반사파가 도착하면 두 심볼이 겹치는데, 이것이 심볼 간 간섭(Inter-Symbol Interference, ISI)입니다.


OFDM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네트워크 통신의 원리 (2)에서 언급한 OFDM은 긴 심볼 주기를 사용하여 지연 확산의 영향을 줄입니다.


도플러 효과: 움직임이 주파수를 바꾼다

구급차가 다가올 때는 높은 음, 멀어질 때는 낮은 음으로 사이렌 소리가 다르게 들립니다.

이것이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입니다.


전자기파도 마찬가지입니다.

송신기와 수신기 사이의 상대 속도가 v일 때, 주파수 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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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f = f × (v / c)

여기서 f는 원래 주파수, c는 빛의 속도입니다.


숫자로 계산해봅시다.

차량이 시속 120km(약 33m/s)로 이동하고, 주파수가 2GHz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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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f = 2 × 10⁹ × (33 / 3 × 10⁸) = 220Hz


220Hz 자체는 작아 보이지만,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주파수 오프셋이 발생합니다.

수신기는 송신기가 보낸 것과 다른 주파수를 수신하므로, 복조 과정에서 보상하지 않으면 오류가 발생합니다.


둘째, 다중 경로 환경에서 도플러 확산(Doppler Spread)이 발생합니다.

여러 방향에서 오는 반사파들이 각기 다른 도플러 이동을 겪으면서, 원래 단일 주파수였던 신호가 여러 주파수로 퍼집니다.


이로 인해 채널 특성이 시간에 따라 빠르게 변합니다.

정지 상태에서는 안정적이었던 채널이, 고속 이동 중에는 밀리초 단위로 변동합니다.


셀룰러 시스템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일럿 신호(Pilot Signal)를 주기적으로 전송합니다.

수신기는 파일럿 신호를 분석하여 현재 채널 상태를 추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 신호를 복조합니다.


스펙트럼: 유한한 자원

전자기 스펙트럼은 무한하지만, 무선 통신에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너무 낮은 주파수(수 kHz 이하)는 대역폭이 너무 좁아서 데이터 전송에 부적합합니다.

너무 높은 주파수(수백 GHz 이상)는 대기에 흡수되거나 회절이 어려워 실용적이지 않습니다.


통신에 적합한 주파수 대역은 대략 수십 MHz에서 수십 GHz 사이이며, 이 범위 안에서도 각 대역마다 특성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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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대역          특성                           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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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HF (30-300MHz)     회절 우수, 건물 투과           FM 라디오, TV
UHF (300MHz-3GHz)   적당한 투과력, 넓은 대역폭     셀룰러, Wi-Fi, GPS
SHF (3-30GHz)       직진성 강함, 더 넓은 대역폭    5G, 위성, 레이더
EHF (30-300GHz)     대기 흡수 심함, 매우 넓은 대역폭  5G mmWave, 근거리 통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주파수를 여러 송신자가 사용하면 신호가 충돌하는데, 라디오 방송국 두 개가 같은 주파수를 쓰면 소리가 섞이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주파수 스펙트럼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국제적으로는 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가 주파수 대역을 할당하고, 각 국가는 자체 규제 기관(한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 세부 할당을 담당합니다.


면허 대역 vs 비면허 대역

스펙트럼 할당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면허 대역(Licensed Spectrum)은 특정 사업자에게 독점적으로 할당됩니다.

셀룰러 통신에 사용되는 700MHz, 800MHz, 1.8GHz, 2.1GHz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통신사는 이 주파수를 사용하기 위해 정부에 수조 원의 주파수 사용료를 지불합니다.


독점적 사용 권한이 있으므로 간섭 없이 품질을 보장할 수 있지만, 비용이 높고 특정 사업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비면허 대역(Unlicensed Spectrum)은 누구나 규정을 준수하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ISM(Industrial, Scientific, Medical) 대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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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M 대역              주요 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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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2-928 MHz          RFID, 무선 센서 (미국)
2.400-2.4835 GHz     Wi-Fi, Bluetooth, 전자레인지
5.725-5.875 GHz      Wi-Fi (5GHz 대역)


비면허 대역의 장점은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으로, Wi-Fi가 전 세계적으로 보급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누구나 공유기를 사서 설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여러 기기가 같은 주파수를 사용하면 서로 간섭하며, 아파트에서 Wi-Fi 속도가 느린 이유 중 하나가 이웃집 Wi-Fi와의 간섭입니다.


또한 전자레인지도 2.4GHz를 사용합니다.

전자레인지는 물 분자를 진동시키기 위해 2.4GHz 전자기파를 방출하는데, 차폐가 완벽하지 않아서 일부가 외부로 누출됩니다.

전자레인지를 작동시키면 2.4GHz Wi-Fi가 느려지는 것은 같은 주파수를 사용하여 간섭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5GHz Wi-Fi는 전자레인지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2.4GHz vs 5GHz: 물리학이 결정하는 트레이드오프

Wi-Fi가 2.4GHz와 5GHz 두 대역을 사용하는 이유는 물리적 특성의 차이 때문입니다.


2.4GHz의 특성:

  • 파장이 약 12.5cm로 상대적으로 김
  • 회절이 잘 되어 장애물을 돌아갈 수 있음
  • 건물 벽을 더 잘 투과함
  • 대역폭이 좁아서 (83.5MHz) 채널이 적음 (중첩 없이 3개)
  • 전자레인지, Bluetooth 등과 주파수가 겹침


5GHz의 특성:

  • 파장이 약 6cm로 상대적으로 짧음
  • 직진성이 강해 장애물에 막히기 쉬움
  • 건물 벽 투과력이 낮음
  • 대역폭이 넓어서 (500MHz 이상) 채널이 많음 (중첩 없이 20개 이상)
  • 간섭원이 적음


경로 손실 공식을 다시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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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PL(dB) = 20 × log₁₀(d) + 20 × log₁₀(f) + 상수

5GHz는 2.4GHz보다 약 6dB(4배) 더 높은 자유 공간 경로 손실을 겪습니다.


그러나 자유 공간 손실만 보면 안 됩니다.

실내 환경에서는 벽, 가구 등에 의한 추가 감쇠가 있는데, 5GHz는 이 추가 감쇠도 더 큽니다.


결과적으로 넓은 공간을 커버해야 하면 2.4GHz가, 속도가 중요하고 거리가 가까우면 5GHz가 적합합니다.

이것이 물리학이 결정하는 트레이드오프입니다.


무선 채널의 수학적 모델

무선 채널의 특성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모델링할 수 있습니다.

수신 신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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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 = Σ αᵢ × s(t - τᵢ) × e^(j2πfᵢt) + n(t)

여기서:

  • αᵢ: 각 경로의 감쇠 (경로 손실 + 페이딩)
  • τᵢ: 각 경로의 지연
  • fᵢ: 각 경로의 도플러 이동
  • n(t): 잡음


유선 채널과 비교해봅시다.

유선에서는 경로가 하나이고 도플러 이동이 없으며 채널이 시간에 따라 거의 변하지 않는 반면, 무선에서는 경로가 여러 개이고 이동 시 도플러 이동이 있으며 채널이 빠르게 변합니다.


이 복잡성을 극복하기 위해 현대 무선 시스템은 다양한 기술을 사용합니다.

  • OFDM: 다중 경로로 인한 ISI 완화
  • 채널 추정: 파일럿 신호로 현재 채널 상태 파악
  • 적응 변조: 채널 상태에 따라 변조 방식 조절
  • 다이버시티: 여러 안테나/주파수/시간으로 페이딩 극복
  • MIMO: 다중 경로를 오히려 활용하여 용량 증가


Part 2에서는 이러한 기술들이 셀룰러와 Wi-Fi에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살펴봅니다.

1G에서 5G까지, 802.11a에서 Wi-Fi 6까지, 각 세대는 어떤 물리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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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네트워크, 무선통신, 스펙트럼,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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